
기획자가 직접 블로그를 만드는 이유

나는 왜 글쓰기를 시작하나
스타트업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하다 대기업으로 이직한 뒤 2년이 다되어간다. 몇 번의 이직으로 경제적 보상과 근무 환경은 좋아졌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쟁취하려는 투쟁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권태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 이상 발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항상 무언가를 성취하고, 상상하는 것을 만들며 재미를 느끼던 내가 인생역전이 아닌 인생여전
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 급격히 우울해졌다.
몇 개월을 퇴근 후 유튜브만 보며 숨만 쉬다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헬스를 시작하고, 책을 뒤졌다.
그러다 지금은 작고하신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드러커
가 남긴 문장을 보게 되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문득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비효율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No
였다. '관리가 없었다'는 문제 상황을 인지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어떤 점이 아쉬운지를 평가하는 회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회고의 도구로 글쓰기
가 적합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쓰기가 퍼스널브랜딩의 도구로써 글쓰는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등으로 사용된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 자신이 있어빌리티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퍼스널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단어로 오남용되는 분위기에 여러모로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고백하자면 퍼스널브랜딩 류의 글쓰기에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글 쓸 시간에 본업이나 열심히 하지..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생각은 첫 글을 쓰며 완전히 바꼈다.
우선 글을 써보니 글이라는 것이 자연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글의 얼개를 구성하기 위해 방사형 사고를 일련의 사고로 재정렬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내가 상정했던 상황과 지식, 사고방식을 점검해야만 글을 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독자를 상정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로 구조적 사고를 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논리를 만드는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이번처럼 사고 변화를 겪을 때마다 나의 협소한 시각과 편견을 반성하게 된다. 짜치는 일이지만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블로그를 직접 만드는 이유
글을 담는 공간, 그런데 이왕이면 좀 더 이쁜 공간에 담아내고 싶다
개발자들이 본인의 영어이름.dev, io 도메인을 사용하여 블로그를 만들고, 스터디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개발 블로그 특유의 깔끔함이 좋았고, 개인 블로그에서 다크모드를 지원하는 것도 몇 년 전에는 굉장히 신선한 배려였다.
gatsby를 이용한 블로그 배포나 브런치 등 서비스를 통해 기록을 남겨보려 했지만 이내 그만둔 기억이 있다. 깔끔해보이는 블로그 템플릿도 하나씩 파고 들어가면 부족한 면이 보였고, 없어서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이 없었다. 안그래도 하기 싫고 귀찮을 때라, 그런 사소한 것이 핑계가 되었다.
개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오류와 조우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실력이 부족할수록, 초심자일수록 이러한 오류에 무너지기 쉽다. 오류를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를 넘어가는 순간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고통의 벽을 항상 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뭉개고 있던 사이 챗지피티가 등장해버렸다. 개발자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나에게는 정말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입코딩이 가능해졌다 🎉
수 많은 에러 메시지 중에서 어떤 것으로 검색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코드와 에러를 덤프하기만 하면 10초도 안되서 답을 찾아주는 괴물이 탄생했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겪는 시행착오가 0에 수렴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상의 산물로 남는 실재가 주는 즐거움이 빠르게 찾아왔다.
챗지피티를 통해 DB나 서버 구축 없이도 vercel을 이용해 커스텀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배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도 WYSWIG 에디터 설치 없이 마크다운 파일을 작성해 보여줄 수 있고, 각 요소별 스타일 값을 기본 설정 값이 아닌 나만의 스타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Feature와 UI/UX를 입코딩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걸 알게되면서, 내 글을 더 맛깔나게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챗지피티 등장 이전 한 달은 걸릴만한 작업분이 3일 만에 끝나는걸 겪으면서 다시는 비전공자, 비개발자라는 변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관련해서 느낀 점은 <챗지피티가 메이커를 자유롭게하리라> 포스트에 자세히 작성하였다.
막상 블로그를 만들어 보니 글쓰는 것보다 개발하는게 더 재밌는 것 같다 😇...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게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목표 / 목표가 아닌 것을 구분하여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써보려 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것
- 주기적으로 인사이트나 회고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어 성장하는 습관을 만든다. 블로그를 만든 가장 큰 이유를 잊지말자.
-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도전 하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만든다.
메이커 목표
- 기획자의 입장이 아닌 메이커로서 얻고 싶은 경험/목표를 정리하였다.
- 직접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기획과 개발, 디자인의 간극을 이해한다.
- 주요 디자인/기능은 기존 서비스의 공통 / 장점을 취해 생산성 높게 개발한다.
- 콘텐츠 UI/UX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서 재방문률과 공유수를 높인다. 콘텐츠는 읽혀야 의미가 있다.
MVP 기능
- 실제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어디까지 고도화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딴 길로 새는 것은 언제나 즐겁기 때문에 (...)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 [완료] 글 목록, 개별 글 보여주기 (사실 여기까지가 MVP이다) - 23.08.26
- [완료] 태그별, 카테고리별 서치 지원 - 23.08.26
- [완료] 콘텐츠 Pagination - 23.08.26
포스트 작성과 블로그 개발을 같이 했지만 챗지피티 성능이 너무 뛰어나 MVP 기능을 하루만에 구현할 수 있었다 😅
부가기능 To Do
- [완료] 다크모드 지원 - 23.08.31
- [완료] 스크롤시 사라지는 헤더 - 23.08.28
- 추천 콘텐츠
- 콘텐츠 검색
- [완료] 시리즈별로 묶어보는 기능
- [완료] 목차 (Dropdown으로 숨기기 지원) - 23.08.27
- 사용자 스크롤 위치에 해당되는 목차 강조
- 스크롤 위치에 따라 남은 콘텐츠 길이를 표시해주는 progress bar
- [완료] 공유기능 - 23.09.03
- 조회수 등 지표 관리 (인기 있거나 트렌디한 포스트를 제공하는 별도 대시보드)
- 무한 스크롤
- 메일링 서비스 지원
- 필터 (조회수, 발행일 등)
- [완료] GA4 연동 - 23.09.03
- [완료] 미로딩 이미지 blur 처리 / 이미지 로딩 속도 최적화 - 23.09.04
- 주석 기능 - 주석 클릭시 하단 주석으로 자동 이동
- [완료] SEO - 메타태그 추가
콘텐츠가 많이 없는 관계로 당분간은 홈 화면을 단순하게 구성하려고 한다.
상세화면 - 목차, 태그, pagination까지 구현하였다. 많은 작업을 거친 화면이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또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다.
이 공간은 나에게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알맹이로 이 공간을 채워나가냐일 것이다. 어쨌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글쓰기기와 아이디어 구현을 습관화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