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메모어

회고 시작 전 느낀 점
세상에 😱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리고 이걸로 돈을 번다고?
메모어는 주 단위로 회고를 남기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회고
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개설하고 상호 교류하는 일종의 살롱 서비스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생각보다 한 기수의 참가자 수가 많다는 것과, 각양각색의 산업/직무의 재직자들이 모이는 것에 놀랐다. 가입 이전에는 IT업계 재직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각종 전문직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가입한 것을 보니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케파가 충분해보인다.
재밌는 점은 메모어가 주체가 아닌, 참가자들이 직접 클럽을 개설하고 사람을 모을 수 있도록 별도 홍보 채널을 제공한다는 것. 아무래도 회고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고, 참가자 대다수가 직장인이다보니 초기 단계/사이드 프로젝트 수준의 유료모임 개설 및 참가가 활발한 모양이다.
보통 이런 유료 모임 / 커뮤니티를 시작할 떄 첫 모객을 하기 어려운데, 메모어에서는 보다 쉽게 홍보가 가능해보인다. 회고 뿐 아니라 초기 사이드프로젝트의 회원풀 검증을 위해서도 기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원 규모가 정말 커지면 유료모임의 주체를 메모어에서도 가져갈 수 있겠지만, 해당 섹터로의 스케일업은 운영/관리 리소스가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메모어가 사이드프로젝트로 시작된만큼, 메모어 측에서도 참가자들이 유료 모임을 개설하는 것을 당분간 허용/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과 진통제
비타민과 진통제라는 유명한 비유가 있다. 고객이 고통 받는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는 진통제, 있으면 좋은 정도에 그치는 서비스는 비타민으로 불린다.
창업자 본인이 자신의 프로덕트를 설명할 때 '재미있고, 편리한, 성장시켜주는' 등의 형용사 수식어가 붙는 모델이 대체로 그런 경우가 많다.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불편하지는 않는 것 - 그런 프로덕트는 고객을 찾아다닌다.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한 솔루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쉽다. 똑똑한 사람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건데 그걸 모르겠는가. 하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보면 눈 앞의 일을 해내기 급급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어려워진다. 내 아이디어는 매력적이고 내 서비스가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훈수 두기는 쉬워도 플레이어로 싸우는건 훨씬 어려운 일이다.
다이어트나 자기계발, 취미나 실무 외 분야의 취미/성인교육 시장에서 활동하는 팀 서비스를 보면 비타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고객이 그 서비스를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서비스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다. 🥲
하지만 현실은 비타민 같은 프로덕트도 만들기 어렵다.
적어도 사람들은 비타민을 돈주고 사먹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본업으로서 프로덕트를 만들더라도, 다달이 들어가는 인건비 이상으로 흑자를 달성하는 비타민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역사와 전통의 환급 모델
고객이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 보증금이 차감되고, 이를 수입으로 삼는 비즈니스 모델은 흔하다. 전통적으로는 출석률이나 특정 성적을 달성하면 수강료를 환급해주는 학원에서부터, 미션 성공한 사람에게 보증금을 환급해줄 때 실패한 사람의 돈을 얹어서 돌려주는 챌린저스까지. 몇 년 전 일련의 사건으로 운영 종료한 힙-니버스 역시 보증금 차감 모델이었다.
더 이상 우려낼 국물도 없는 것 같은 환급 모델이지만, 역시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는 끝이 없다.
(급기야 800%를 환급해주는 프로모션도 생겼다...😇)
이러한 환급 모델의 경우 돈 까먹기 싫어하는 사람 특성상, 해야지만 (혹은 하면 좋은) 하기 싫은 것을 끝까지 해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수능, 토익 성적 향상과 다이어트 성공 등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와 결합된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모어도 이러한 서비스 모델과 교집합이 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메모어는 다른 챌린지 서비스와 무엇이 다를까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메모어만의 장점이 많았다.
1) 커뮤니티를 만드는 운영정책
회고록은 400자 이상, 댓글은 2개 이상 남겨주세요
회고만 할 생각으로 메모어를 지원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서비스 가입 후 보증금 환급을 위해 주당 댓글2개
이상 남기는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2개라는 수치가 매우 절묘하게 설정된 숫자다.
우선 1개
는 너무 적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당장 이번 주 보증금 까이는게 싫어서 댓글 하나만 쓰고 때려치울 수 있다. 타인의 회고를 탐독하는 습관 형성까지 못갈 수 있다.
반면 3개
는 너무 많아서 보증금 환급의 허들을 올리기만 한다. 챌린지 프로그램에서 보증금을 몇 번 까먹고 나면 아예 환급을 포기하고 서비스에 들어오는 빈도 자체가 줄어들기 쉽다. 보증금을 날려본 적이 있다면 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
어짜피 댓글을 잘 남기는 메모어 참가자라면 2개 이상 댓글을 남길 것이기에, 라이트한 유저도 메모어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가 2개
가 되는 셈이다.
챌린지와 미션 인증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혹은 챌린저스처럼 내가 손해보면 타인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쟁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커뮤니티가 성장하기 어렵다.
대다수의 자기계발류 서비스가 단순한 인증, 개인의 기록에만 의존한다면 - 메모어는 자신의 회고 뿐 아니라 댓글을 2개 이상 작성해야 한다는 정책을 통해 타 회원을 향한 트래픽과 액션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메모어는 자기계발 유틸리티에서 자기계발 커뮤니티로 가치가 확장된다.
댓글 2개를 달기 위해 메모어 참가자들은 타인의 회고를 보다 능동적으로 읽는다. 타인의 1주일 기록을 읽고 댓글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미션 인증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보다 사용자 행동의 의미가 크다.
인사이트와 울림을 주는 회고를 주는 회고에는 많은 댓글이 달릴 것이고, 참가자들이 더 정성껏 회고를 작성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고, 리텐션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비타민 솔루션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커뮤니티의 힘으로 진통제의 어드메까지 진일보시킬 수 있는 운영의 묘라고 생각했다. 띵스플로우를 크래프톤에 매각한 이수지 대표의 커뮤티니 활성화 전략과도 닮은 점이 있다. 하우투메리 예비신부 커뮤니티 활성화 사례
내 서비스에서도 이런 운영의 묘를 살리고 싶다. 제발 🤗
2)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를 고려한 온보딩
회고를 위한 템플릿, 프레임워크를 공유하여 글쓰기가 익숙치 않은 참가자를 배려한 점이 좋았다. 또한 글쓰기에 대해 보다 심화적으로 알려주는 세미나는 기수 중반을 지나가는 5~7주차
에 진행하는 것도 한 번 더 참가자를 동기부여할 수 있는 좋은 장치로 보인다.
현재는 해당 내용이 공지사항 채널에서 안내되고 있는데, 슬랙봇 연동 등을 이용해 어떤 채널에서나 신입기수를 위한 안내문구, 명령어, FAQ 등을 주기적으로 리마인드 혹은 탐색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면 더 편하게 메모어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IT 업계가 슬랙을 사용하는 건 흔하지만, 슬랙을 사용하지 않는 업계/직군 또한 많다. 회고를 하러 왔는데, 도구가 불편해서 글쓰기가 어렵다면 안 될 일이다. 메모어는 슬랙 및 회고 입문자를 위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그것도 ZEP
으로!
코로나 시기보다 화제성이 떨어졌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을 커뮤니티 온보딩 도구로써 이용하는 것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하는 챌린지 서비스가 또 어디있을까? 나는 처음 봤다. 😅
회고 방식에서도 고민한 지점이 보인다. 참가자의 상황, 성향에 맞게 온, 오프라인 모임, 회고만 공유하는 플랜 등으로 세분화 하였고, 각 플랜별 가격을 차등화했다. 참가자들의 경제적, 심적 부담을 낮추어 메모어에 쉽게 참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운영정책을 설정한 것이 느껴진다.
회고 시작 후 느낀 점 (TBD)
기간은 9월 7일부터 12주간, 1주에 한 번 총 12번의 회고를 한다. 12월 회고가 끝나고 회고 시작 후 느낀 점을 또 공유하려 한다.
회고도 하고 싶고 그간 미뤄왔던 제품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그래서 아예 블로그도 새로 개발을 끝냈다. 10번 가까이 블로그 예제를 따라 만들어 봤지만, 유일하게 처음으로 배포에 성공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시작이 어렵다. 쉽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무게를 시간이 지날 수록 느끼게 된다.
열심히 사는 분들을 보면서 자극 받고 싶다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행동을 이끌어낸다. 메모어 지원과 동시에 그동안 해내지 못했던 것을 해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획자가 직접 블로그를 만드는 이유>
부디 보증금 차감이 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라면서...
최근 아웃스탠딩에서도 메모어를 다루는 기사가 나갔으니 참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