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다유니 기획전에서 배우는 창의력 법칙

세계 최고의 비주얼 디렉터가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법
요시다유니 기획전에 다녀왔다. 가기 전까지 어떤 아트워크를 제작한 작가인지 사전 정보 없이 갔는데, 알고보니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법한 특이한 광고 포스터 / 상업광고로 이름이 알려진 세계적인 비주얼 디렉터였다. 비주얼도 훌륭해서 좋았지만, 친절한 전시 구성 덕분에 작품 간 공통적인 요소와 기획의도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요시다유니의 아트웍으로부터 발견한 창의력 법칙과, 실제 운영중인 서비스에서 해당 법칙이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요시다유니의 작업방식
요약하자면 대상의 공통점을 드러내는 은유와, 기존에 익숙한 관념을 대치하는 작업방식이 많이 보였다. 광고 대상을 친숙한 개념에 빗대거나, 교집합을 만들어냄으로써 동일한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지각할 수 있었다.
1. 형상 모방하기
실존하는 형상에서 유사한 형태를 찾아 대상을 묘사한다. 사실 가장 일차원적인 접근 방법일 수도 있는데, 묘사 대상과 실존 형상의 속성으로 차이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입술로 화병을 묘사하면서 화병 이미지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했다.
옷핀을 튤립으로 묘사함으로써 기존 대상의 금속성과 예리한 성질을 비틀었다.
2.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익숙한 디지털 그래픽 기법을 컴퓨터 화면에서 현실로 옮겼다. Overlay, Blur, Distort, Mozaic
등 효과를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보다 신선한 시각효과를 준다.
두 과일이 섞이는 형상을 실제 조각을 이용해 표현했다.
서로 다른 사물의 레이어가 간섭하는 형상을 모자이크와 투명도 조절로 구현했다.
모델의 사진을 책 등판에 인쇄하여 스케일을 키웠다. CG로 가공된 가상 이미지가 아니라 실물을 쌓아올린 작업물에는 스케일과 특유의 탄탄함이 느껴진다. CG 대신 직접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더올랐다.
여러가지 증거를 쫓아간다는 드라마 내용에 따라 다양한 문서로 노이즈 효과를 주어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3. 속성 비틀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접근 방식이다. 기존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역으로 비튼다. 딱딱한 것은 부드러운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당 공간에 있을리가 없는 것을 가져와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딱딱하게 존재하는 껍질을 액체로 보이게끔 표현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치마 속 미키마우스.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빈 형상을 디즈니 캐릭터로 나타냈다.
4. 익숙한 상징을 재구성하기
익숙한 이미지를 다른 속성을 가진 사물 집합으로 재구성한다. 기존 형상과 교집합을 갖춘 형태를 발견해 내고 배치했다.
호시노겐의 앨범 아트워크. 흙과 꽃으로 심장을 재구축했다. 빨간 꽃은 동맥, 파란 꽃은 동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게이샤의 뒷모습을 재구성하였다.
비즈니스에서 찾은 창의력 법칙
기존 서비스 비주얼에서 요시다유니의 작업에서 발견한 창의력 법칙이 사용된 예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우선 기존에 알고 있던 사례들만 정리하였는데, 이후 적용 가능한 사례를 발견하면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1. Cash App
미국의 송금 서비스이다. 송금대상을 지정하기 위해 @
대신 달러 기호 $
을 사용자 호출 태그로 사용하여 송금앱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서비스 내에서는 이를 Cash Tag
라고 부른다.
서비스에 익숙해질수록 $
기호를 보면서 캐시앱을 떠올릴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상징을 자사 서비스와 엮어 사용자의 Top of Mind
- 최초상기 형성을 돕는다.
포스트 썸네일의 사과-립스틱 아트웍과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2. 토스
토스는 유난스럽다. 그리고 본인들도 그걸 잘 아는 모양이다. 지금은 어떤 오픈채팅 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누군가가 익명으로 토스는 뭘 해도 유난스럽게 한다는 말이 나왔던걸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을 토스 임직원이 본 모양일까. 토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유난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토스는 '원래 그래'
라는 말을 거침없이 깨부수며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명을 로고에도 담았다.
기존 2D 로고의 형상을 3D로 나타내며, 2D에서 3D로 차원을 전환하는 것처럼 금융의 차원을 바꾸겠다는 - 토스다운 기치를 내건 것.
익숙한 2D 로고를 거부하고, 3D 로고로 속성을 비틀면서 전통을 깨부수겠다는 의지를 잘 드러냈다.
관련하여 토스 이야기를 첨부한다. 토스는 왜 지금 '리브랜딩'을 했을까?